앞의 강의까지 따라오셨다면 이제 왜 강박적인 반응을 줄여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는 여전히 큰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너무 불안합니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심장이 뜁니다. 씻지 않고 있으면 몸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찝찝합니다. 생각의 답을 끝까지 찾지 않고 넘어가려고 하면 머리가 꽉 막힌 것 같고, 당장 무언가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로 불안한데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지?” “이러다가 내가 더 안 좋아지는 것 아닐까?” “이렇게 심하게 긴장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불안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불안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반응 자체는 원래 우리를 망가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불안은 원래 나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위험한 상황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몸은 즉시 반응합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달라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주의가 위험한 대상에 집중됩니다.
왜 이런 반응이 생길까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중요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몸이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안할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나 긴장도 이런 경보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불안을 느끼는 순간 “내 몸에 뭔가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내 몸이 지금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나를 보호하고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구나.”
문제는 알람 자체보다 알람을 해석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2강에서 마음의 알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렸다고 해서 반드시 실제로 불이 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경보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경보기는 원래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문제는 경보기가 조금 지나치게 예민해졌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굽다가 난 작은 연기에도 “화재다!”라고 크게 울릴 수 있습니다.
강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음은 나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실수하지 않도록, 오염되지 않도록,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계속 경보를 울립니다.
그 알람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너무 보호하려다가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안하다’에 ‘불안하면 안 된다’가 붙으면 더 힘들어집니다
처음에는 “혹시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올라옵니다. 심장이 뛰고 몸이 긴장합니다.
그런데 그다음 생각이 붙습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이 정도로 불안한 걸 보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이 느낌을 빨리 없애야 해.” “계속 이러면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이제 우리는 처음의 강박적 대상뿐 아니라 불안 자체까지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불안해서 또 불안해집니다.
두근거리는 것이 무섭고, 찝찝함이 올라오는 것이 무섭고, 다시 강박이 생길까 봐 미리 두려워집니다.
저는 이것이 강박을 훨씬 힘들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을 적으로 만들면 강박행동은 더 절실해집니다
불안을 “빨리 제거해야 하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그 불안을 없애주는 행동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확인하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씻으면 찝찝함이 잠깐 사라집니다. 답을 찾아내면 마음이 잠시 편해집니다.
그러면 강박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를 이 위험한 불안으로부터 구해주는 구명줄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놓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강박적인 행동을 줄이려면 행동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을 절실하게 만들고 있는
“이 불안을 빨리 없애야 한다.”
라는 믿음도 함께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을 다른 의미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예전에는 “큰일 났다. 불안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몸이 지금 나를 보호하고 대응하려고 준비하고 있구나.”
몸에 힘이 들어가면 “몸의 경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구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찝찝한 감각이 강하게 올라오면 “강한 알람 감각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불안은 좋은 거야”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은 분명 불편합니다. 너무 강하면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불편하다는 것과 나를 해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알람은 적이 아닙니다
강박으로 오래 힘들다 보면 자신의 마음과 몸까지 미워지기 쉽습니다.
“내 뇌는 왜 이 모양이지?” “왜 나는 계속 불안하지?” “이 느낌만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몸의 경보 시스템까지 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우리는 계속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 마음이 나를 지키려고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다만 지금은 실제 위험에 비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알람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알람이 조금 울리더라도 내가 그 알람을 견디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경험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담금질’이라고 표현합니다
담금질은 원래 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높은 온도로 가열하고 냉각하면서 성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과 철이 실제로 같은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이 비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불안을 만나지 않는 것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을 위험으로 확대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험 속에서 마음이 새로운 반응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불안이 올라오면 바로 확인하고, 씻고, 답을 찾으면서 그 감각을 가능한 빨리 없애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봅니다.
불안이 올라왔을 때 “지금 내 경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구나”라고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기존의 강박적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불안해도 나는 괜찮았구나.” “이 감각을 바로 없애지 않아도 견딜 수 있었구나.” “알람이 울려도 내가 그 알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구나.”
이런 경험이 반복되는 과정을 저는 마음의 담금질이라고 표현합니다.
담금질은 고통을 악으로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을 나를 해치는 것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새로운 반응을 배우고 정신적인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자극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견디는 고통’에서 ‘훈련하는 자극’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아주 강하게 올라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20분이나 이걸 참아야 해”라고 생각하면 20분 전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 몸에서 강한 알람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알람이 울려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경험할 기회다.”
불안은 그대로 있을 수 있습니다. 심장이 뛰고 확인하고 싶은 충동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나를 파괴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새로운 반응을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신적인 면역력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제가 말하는 정신적인 면역력은 불안을 한 번도 느끼지 않는 능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알람이 울리는 것을 견딜 수 있고, 그 알람을 곧바로 더 위험한 가능성으로 확대하지 않으며, 알람 때문에 자신의 행동 전체를 바꾸지 않을 수 있는 힘에 가깝습니다.
불안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예전처럼 “큰일이다”라는 두 번째 공포를 덧붙이지 않습니다.
“몸이 반응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은 하나씩 경험합니다.
“이 정도로 두근거려도 괜찮았네.” “찝찝했지만 나는 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네.” “이 감각을 바로 없애지 않아도 지나갈 수 있었네.”
불안을 좋아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불안을 즐길 필요는 없습니다. 싫을 수 있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싫다는 것과 위험하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느낌이 싫다.”에서 “그러므로 이 느낌은 반드시 지금 없애야 한다”로 바로 넘어가지 않는 것.
그 사이의 차이가 중요합니다.
이번 강의 요약
이번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과 알람 그 자체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불안할 때 나타나는 두근거림, 긴장, 찝찝함 같은 반응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가 곧 나를 해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래서 강박을 이겨내는 과정에서는 “왜 아직도 불안하지?”, “빨리 이 느낌을 없애야 해”라고 불안을 다시 두려워하기보다
“알람이 강하게 울리고 있구나. 하지만 알람 자체는 나의 적이 아니다.”
라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불안을 즉시 없애지 않아도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쌓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을 담금질이라고 부릅니다.
불안을 없애는 힘이 아니라, 불안이 있어도 그 불안을 위험으로 확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것이 이 과정에서 말하는 정신적인 면역력입니다.
※ 실제 위험이나 신체적인 이상 신호를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인의 진단이나 의학적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